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요즘 작가가 말하는 민화의 매력

by phakboong 2025. 6. 16.

문소미 작가 책거리

민화는 과거 조선 후기 민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 속 회화로, 최근에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감성 예술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민화 작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민화는 박물관 안에 머무는 유물이 아닌, 오늘날 감성 콘텐츠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민화 작가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작가들이 생각하는 민화의 매력과 창작 과정, 그리고 전통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는 자세에 대해 깊이 들여다봅니다.

민화의 첫 매력,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이’

A 작가는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전통 민화 수업을 들으며 삶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색채와 평면적인 구성, 과장된 형상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성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왜 호랑이가 웃는 표정을 짓는지, 까치가 이렇게 작게 표현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호랑이는 권위의 상징이면서도 동시에 민중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학의 도구였고, 까치는 기쁜 소식을 가져오는 길조더라고요. 그림이 단순한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철학이 담긴 도상 언어라는 걸 알게 됐죠.”

A 작가는 민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심미성과 의미의 균형’을 꼽습니다. “디자인적으로도 민화는 너무 세련됐어요. 모란의 반복 구도, 책거리의 정돈된 배치, 문자도의 응축된 상징성 등은 지금의 일러스트나 포스터보다도 훨씬 감각적이에요. 단순함 안에 이야기가 있고, 색감 하나하나에도 상징이 담겨 있어요.”

그는 민화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생활의 예술로 오늘날 감성에 맞게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전통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그 안에 현대적인 감정과 시선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민화의 놀라운 확장성이라고 말합니다.

작업 과정과 창작의 어려움, 그럼에도 계속 그리는 이유

A 작가는 민화를 한 작품 완성하기까지 보통 2주에서 1달 정도 걸린다고 말합니다. 밑그림을 정하고, 전통 안료와 분채를 사용하여 여러 번 덧칠하는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세심함을 요구합니다. 특히 전통 기법을 그대로 따르되, 현대적인 해석을 더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산뜻한 민화 키트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 경험도 좋지만, 진짜 민화의 매력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그리는 데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내내 내가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고, 색 하나하나에도 집중하면서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그는 작업 중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색 배합과 여백의 처리’를 꼽습니다. 전통 민화는 색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고,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상징의 무대입니다. 이를 현대 감성에 맞게 해석하려면 고전적인 미감과 현대인의 감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화가 단지 옛 그림이 아니라는 걸 알리는 거예요. ‘이게 예뻐서 그린 거야’가 아니라 ‘이런 마음을 담고 그렸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죠.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해질 때, 작품이 정말 살아난다고 생각해요.”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민화의 미래

최근 A 작가는 현대 일상 속 소재를 민화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 호작도의 구도에 현대 배달 오토바이를 그리거나, 문자도 안에 요즘 유행하는 말풍선과 이모지를 집어넣는 식의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이런 접근은 MZ세대 관람자들에게 신선한 재미와 감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SNS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민화를 하면서 ‘우리 그림이 이렇게 자유로웠구나’를 계속 느껴요. 양식과 형식이 딱딱하게 정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히려 민화야말로 가장 창의적이고 열린 그림이에요. 옛사람들도 당시의 일상을 자유롭게 그렸듯, 저도 지금의 풍경을 민화의 형식에 담고 싶어요.”

그는 민화의 미래는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그 가치를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단지 재현하거나 보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감정과 시대정신을 담은 현대 민화로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민화는 시간이 지나도 감성이 닿는 그림이에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민화를 그리고, 보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우리 안에 있는 감정이란 결국 다르지 않잖아요. 민화는 그걸 이어주는 좋은 통로예요.”

결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민화가 단지 전통 회화로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시대에도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 A씨의 이야기는 민화가 어떻게 현대인의 감성과도 조화를 이루는지, 전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가들이 민화의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 전통 예술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해 봅니다.